기사번호: 6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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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천신문
  • 승인 1999.1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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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1 : 떠나지 않은 해로가
호수번호 : 12173
내용 : 한줄기 햇살도 허허로움에
길 찾는 나그네의 등골 끌어당긴다

빨랫줄에 패잔병이 걸어두고 간 남루
바람벽은 솔바람이 실어오는
칼바람도 섧다

내 마음에 와서 무너지는
비상하는 새의 날개짓
느리티는 학가산을 등에 업은 채로
기운을 잃어가고
계곡은 앙상한 흰 뼈 드러내놓고
폭사로 분노한 민초들의 인골을 덮는다

폐허 속에 삶을 일군
이웃하는 보금자리는 한집
하늘을 닮은 사람들
자멸해 가는
허위와 가식은 여기에 쓰러져 눕는다
울부짖음을 좇아 서걱이는 그리움
슬픈 삭정이 같이 툭툭 부러질 때
어깨 가득 내려앉는 오열

폐교된 운동장엔
뼛속의 수분마저 비집던
햇살이 그네를 타고
굴뚝의 연기는 마을의 정적을 이끌고
미궁으로 빠져든다

어둠을 일으키는 그날의 핏빛 절규 들으며

<위초하, 예천읍, 문예비젼 신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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