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 활동을 다녀와서
자원봉사 활동을 다녀와서
  • 예천신문
  • 승인 2005.08.19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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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발을 들여놓은 작은 공간에서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지난 6월 17일 감천면 진평리 김동석 씨 가정의 집안 청소 자원봉사를 하기 위하여 이 곳을 방문하였다.
혼자가 아니기 때문에 부담 없이 소풍가는 기분으로 설레고 떨리는 마음을 가지고 차에 올랐다. 날마다 하는 청소 정도니까 그까짓 거 그냥 하면 되겠지.
사전에 김동석 씨 가정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었다. 부부가 장애우이며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과 6년 전부터 하반신을 쓰지 못하고 휠체어에 의지하면서 살고 있는 남편과 약간의 정신지체와 시력장애인 아내, 그리고 초등학교 6학년, 3학년, 1학년인 삼남매가 생활하는 어려운 가정이라는 사실만 알고 있었다.
그러나 17일 청소를 하기 위하여 방문하였을 때 가슴이 탁 막히는 눈앞의 예사롭지 않은 환경에 너무 놀라고 말았다. 어디 이런 집이 있을까 하는 정도로 집의 형태는 가히 60년대 생활수준을 보는 듯 하였다.
곳곳에 찌들은 옷가지들이며, 그릇그릇에 담겨 악취를 내고 있는 알 수 없는 것들이며, 누가 사용한 것인지 종이기저귀는 몇 보따리나 냄새를 풍기며 아궁이를 가득 막고 있었다. 주방이라고 되어 있는 곳에는 오래된 대소변통과 오래된 음식 찌꺼기, 죽어있는 쥐들, 쓰레기, 수많은 쥐똥들로 도배가 돼 있다해도 될 만큼 깔려 있고 심지어 싱크대는 화장실로 대용 한 것 같았으며, 취사 흔적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방마다 쌓여 있는 찌든 옷가지와 물건들은 과연 지금이 정상적인 생활의 상황인가 더 이상 말이 나오지 않았다. 코를 찌르고 역겹게 하는 냄새가 났다. 입으로는 계속 불평이 나왔다. “오늘 단단히 걸렸군. 세상에 어쩜 이 지경으로 하고 살았단 말이지?” 봉사고 뭐고 그냥 돌아가고 싶은 생각 뿐이었다. 구역질이 계속 나왔다. 내가 오늘 사서 고생하는 구나. 괜히 왔어. 잘 알아보고 오는 건데. 어휴, 땀도 나고 한숨도, 후회도 계속 나왔다.
와중에 싱크대 문을 열자 살아있는 쥐 한 마리가 가슴을 향해 탁 튀어나오는 바람에 정말 너무 놀라 기절초풍했다. 소리를 얼마나 크게 내 질렀던지 함께 한 동료들이 더 놀라는 소동을 피웠다.
도저히 사람이 살 만한 환경이 전혀 아닌데 이들은 지금까지 이런 고통 가운데 말 없이 살아왔단 말인가? 출발할 때 가졌던 사치스러운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상황은 최악으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이웃어른들은 한번씩 들여다보시며 “착한 새댁들, 복 많이 받겠수” 한마디씩 하셨지만 나는 솔직히 천벌을 받을까 두려웠다.
이들이 힘들고 어렵게 살아가는 생활상을 직접 눈으로 보고 우리들 주위 말의 홍수로 쏟아지는 복지사회의 구현이라는 구호가 무색해 지는 순간이었다.
이 가정을 방문하였을 때 두 달 동안 병원을 다녀오지 못하여 약을 못 먹고 있다면서 퉁퉁 부운 양다리를 볼 수 있었다.
김동석 씨는 한 달에 한 번 안동으로 약을 타기 위해 10만원의 비용으로 택시를 이용하여야 하고 약값이 4만원 정도 든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에서 나오는 70만원 중 14만원이라는 돈은 이들의 생활에 큰 부분을 차지함을 알 수 있었다.
그동안 감천면의 유수한 자원봉사 단체의 협조와 지원이 있었고 보이지 않은 많은 협조를 하시는 감사한 분들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고, 정부에서도 한푼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어하는 복지사 공무원 분들의 노력이 있었던 사실도 알았다.
얼마 전부터 종교단체에서 이 가정에 도시락을 전달하면서 그냥 무심코 정말 힘들고 어렵게 사시는 분이구나 하는 피상적인 사고로만 일주일에 한번씩 얼굴을 대하는 정도였던 것 같았다. 청소를 돕는 정도는 지극히 작은 일부분에 불과 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어린아이들과 부부 장애우로 살아간다는 사실은 우리가 외면하기에는 너무나 무리한 상황이었다. 그동안 장애우의 권익 보호 자원 봉사활성화로 인한 공동체 사회의 실현을 위하여 몇 가지의 물품을 구입하여 전달하고, 사진 찍고, 홍보하고, 표창 받고, 보여주기 위한 행사를 많이하여 왔다. 그러나 이분들이 처한 상황을 듣고 생활에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 분들의 일상 생활을 처음부터 끝까지 살펴 보았는지….
생색내기 딱 좋을 만큼 남을 돕고 누군가 들어내 인정해주는 일에 관심하며 겉으로 드러 나는 화려한 곳만 봉사하기를 원했고, 젖은 곳보다는 마른땅을 원했던 것이 사실이었음을 인정치 않을 수가 없었다.
지금 정부는 혁신이라는 단어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조하고 있다. 그 중 고객에게 눈높이를 맞추는 정부라는 용어가 생각난다.
정부에서 정해진 법과 규칙, 조례에 따르는 집행이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김동석 씨 가정의 경우는 이러한 상황에서 너무나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렇다고 정부의 정책을 탓하지는 않고 싶다.
주위의 동네 분들, 그리고 이웃들 아니 우리 예천 공동체 모두의 잘못이라고 본다. 그 날 자원 봉사 청소를 하면서 지금 이 가정에 필요한 물품을 바로 지적하여 주었다.
이러한 요청에 자원봉사 센터는 지역의 (주)한국 산업에 지원을 요청하여 15만원 상당의 이동식 변기와 워커를 당일 구입하여 즉시 전달할 수 있었다.
그 날의 봉사활동의 여러 상황 속에서 나는 새롭게 태어난 기분이다. 무언가를 하고 할 수 있다는 것은 보람되고 값진 일이다. 작은 관심과 나눔, 실천이 열악한 환경에 처한 이웃의 고통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 서로 나눠 가진다면 우리의 사회는 좀 더 희망적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아직도 숙제는 남아있다. 새로운 사회복지와 자원 봉사의 정립이 필요하다고 본다.
첫째는 사회복지 분야에 종사하는 인적자원의 재교육의 필요성의 혁신이라는 용어와 함께 시도해 보아야 할 것이고 둘째는 사회복지와 자원봉사의 영역에서 대상자들이 가지는 기대수요의 정확한 판단의 필요성, 셋째는 기존사회의 복지와 자원봉사 영역에서 행해지는 내실있는 행사와 효율성 향상의 방안을 연구하여야 함이 우리 모두의 숙제라고 생각한다.

<박미순, 경도대 사회복지학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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