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을 생각하는 농업(1)
환경을 생각하는 농업(1)
  • 예천신문
  • 승인 2005.09.02 11: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군을 제대하고 20년을 지보리에서 사과, 양파, 마늘을 재배하던 중 군수님의 배려로 대산농촌문화재단에서 주관하는 해외연수에 참가하는 기회를 얻었다. 많은 호기심과 좋은 것을 보고 듣고 배워야겠다는 다짐으로 출발했다.
■ 환경과 조건, 풍경이 좋은 유럽의 농업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 헷센주 농업시험장 게스트하우스 숙소로 가는 길에 다리기둥의 빈 공간에 채워진 그래피티가 이국적인 분위기를 느끼게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넘어와 많이 자라는 서양 민들레, 질경이, 개나리들을 보니 이 나라가 아주 낯설지만은 않았다.
독일부터 시작해 오스트리아, 스위스의 농업기관과 민박농업, 유기농업 농가를 살펴보았다. 이 세 나라는 거의 비슷한 농업제도와 조건, 농촌풍경을 가지고 있었는데 초지가 넓게 펼쳐져 정말 어디를 가나 그림 같고 깨끗하고 달력에나 나올 것 같은 모습이었다. 나의 관심사는 주로 친환경농업 기술과 자재였다.
이 나라의 농민들은 대부분 20ha 정도의 농토를 가지고 있어 그냥 농업이든, 친환경농업이든 우리와는 너무나 다른 조건이었던 것이다. 유기농업을 하기도 쉽고, 아주 뛰어난 기술도 없고, 엄청난 유기농산물 바람이 불어 치열하고 심각하게 인증유지를 할 필요가 없었던 것 같았다. 어쩌면 그 자체가 돌려짓기처럼 근본적인 유기농업 기술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우리나라 농민들의 기술과 노력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 좁은 농토와 열악한 제도 속에서도 농업을 유지하고 있으니 말이다.
■ 바이오에너지를 만들어 내고 환경을 생각하는 농업
이곳은 에너지와 환경에 대한 인식과 연구, 실천이 잘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런 면에서 이곳은 참 앞서가고 있는 것이다. 화장실의 재생휴지, 적게 받아지는 변기의 물, 물이 풍부한 나라이면서도 지붕의 빗물을 받아쓰는 농민들, 풍부한 나무자원인 장작을 이용해 아직도 전통건물을 유지하고 난방을 하는 많은 농촌주택들, 순식간에 옛 건물을 부수고 만들어진 종이 박스 같은 건물보다 아주 오래된 전통이 묻어나는 건물들, 유채기름으로 굴러가는 농기계, 유채기름(Bio-Degel)을 생산하는 유채밭, 현란한 간판, 전선, 고층건물이 없는 공원 같은 도시들, 생물종 다양성을 유지시키기 위한 늪지들(Bio-tope)과 곳곳의 초지에 남겨진 오래된 나무들, 일자로 된 콘크리트 제방의 냇물이 아닌 자연스러운 곡선의 냇물과 냇가를 벽처럼 둘러치고 있는 두 줄의 나무들, 흉측하게 산을 깎아 만든 직선도로가 별로 보이지 않는 자연스러운 도로들.
농업국에서는 축산분뇨와 음식물 찌꺼기, 도축장 기름덩이, 각종 식물로 메탄가스화(Bio-gas)하여 발전과 난방으로 이용하는 연구와 실용화가 아주 활성화되고 있었다. 재생산 가능한 에너지 생산에 힘을 쏟고 있는데 옥수수와 기름덩이가 에너지 발생량이 크다고 한다. 정부에서 바이오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한 지원을 하고 거기서 나온 전기를 두 배의 값에 사들임에 따라 설치하는 농가가 급속히 늘고 있다 한다. Bio에너지, 분뇨처리, 농업용 액비, 에너지 대안이 동시에 생기는 것이다. 농업연구소 방향이나 정책 자체가 에너지, 환경, 농촌 경관 보존, 실용성에 있다는 것이 우리 농업관련 기관이 농업을 바라보는 방향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차를 타고 다니는 시간이 많았는데 그 나라의 교통에서 경관을 생각하는 모습,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모습이 무엇인지 보게된다. 신호등이 모두 건너길 공중에 매달려 정지선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을 많이 만드는 우리와 달리 교차로 전의 정지선 바로 옆, 인도에 기둥처럼 세워져 있다. 인상적이었다. 정지선을 넘으면 신호등이 보이지 않는다.

<조현범, 지보면 지보2리 이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