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새댁들을 위하여
외국인 새댁들을 위하여
  • 예천신문
  • 승인 2005.12.28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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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하리면사무소에서 주관한 외국인 주부 한글교실 수료식이 있었다.
 거기서 주 2회 저녁시간의 자원봉사를 했었다. 집에서 저녁밥 챙겨주고 가랴 바쁜 시간이었지만, 수료식에서 미영 씨가 편지 낭독 할 때는 눈물이 났다.
 그간 정이 많이 들었던 것 같다. 6개월 간의 수업을 끝내고 나니 후련함 보다 앞으로 그녀들의 일상이 염려된다.
 우리의 60년대를 생각하게 하는, 더 잘 사는 나라라는 이유만으로 우리나라에 시집온 내 딸 또래(대부분 20대 초반) 그녀들을 볼 때마다 가슴속 한 구석이 찡했다.
 처음 수업 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시행착오를 거쳐 여름에서 겨울까지 왔다. 확실한 건 그들 표정이 많이 밝아졌다는 것이다.
 뚱뚱하다는 표현을 “건강 참 많아요”라고 해서 웃기도 하고….
 우리나라도 더 이상 단일 민족을 고집 할 수 없는 현실이다. 따라서 외국인 새댁들에게 무엇 보다 남편, 가족의 배려가 우선이 되어야겠지만 주위의 도움도 많이 필요로 한다.
 언어 한글 교육부터 해야겠지만 권리를 찾기 전에 먼저 의무를 다 해야 함을 가르치고 주지시켜야 하겠다.
 지난 가을 농산물 품평회에 그들(3명 모두 임신한 상태)과 함께 갔을 때, 장식된 석류를 보더니 베트남에도 있다며 먹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다음 날 수업시간에 집 뜰에 열린 석류를 따다 주었다. 좋아하며 먹어보고는 놀란 표정으로 찡그리기까지 해서 왜 그러냐 했더니, “베트남 석류 맛있어요, 한국 석류 맛없어요” 했다.
 알고 보니 베트남 석류는 단맛이 많고, 한국 석류는 신맛이 많다고 했다. 단맛을 기대하고 한 입 먹었다가 너무 시어서 놀랐나보다. 그 날 맛 체험 수업하는 날이었는데, 신맛체험 단단히 했다고 하며 한바탕 웃었다. 같은 석류도 맛이 다른데 그녀들이 김치와 된장에 익숙하기란 힘들고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
 내 짝이었던 21살 응우웬티 빅반(김미나)은 내년 봄이면 애기 엄마가 된다. 임신 확인 차 병원에 갔다가 혈액 검사 때 “아파요”하면서 줄줄 울던 작고 약한 미나가 애기를 어떻게 낳아서 키울지 걱정이 된다.
 우리나라에 온 이상 우리 모두가 그들이 적응하고 정착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도와주어야 함은 당연히 해야 할 일 인 것이다.
 우리지역에 외국인 새댁이 1백명을 넘어섰고 점점 늘어 날 텐데 그들이 편하게 드나들며 공유할 수 있는 쉼터를 마련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거기에서 그들의 대화의 장도 만들어 주고, 아픈 곳을 만져주면서 애기 엄마이고, 곧 엄마가 되는 그녀들에게 태교에서부터 육아, 애기용품이랑 필요한 것들을 돌려쓰게 하고, 챙겨주는 자원봉사자들이 자주 드나드는 곳이었으면 좋겠다.
 그녀들이 마음으로 정성을 느끼면서 우리나라에 온 것을 후회하지 않아야 하겠고, 살고싶은 우리나라 이미지를 깊이 심어주고 싶다.

<임정희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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