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의 향기를 풍기자"
"예천의 향기를 풍기자"
  • 예천신문
  • 승인 2002.02.28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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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심광장>
삶의 현실에 쫓겨 잊혔던 고향의 들녘은 올해도 새하얀 눈밭을 이룬다. 겨울의 맑고 고운 눈빛 속으로 빠져 들어가면 거기 어릴 적 추억이 있고 따뜻하고 투박한 손길이 그리워진다.

지난 1월 12일 저녁 대구 힐탑관광호텔에서 대구에 살고 있는 예천 사람들이 모였다. 2002년 재구 예천군민회가 주최한 신년교례회로 '고향을 사랑하고 출향인 서로간의 화합과 단결'을 위해 만남의 기쁨과 못 다한 고향의 이야기를 나누기 위한 모임이었다. 젊었을 때는 맡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던 고향의 냄새를 참으로 오랜만에 마음껏 맡을 수 있었다.

냄새라고 하면 사람이나 동물의 코를 자극하여 어떤 감각을 일으키는 물질의 독특한 성질을 의미한다. 그런데 꼭 냄새는 코로만 맡는 것은 아니다. `냄새를 맡다'고 하는 말은 (상대가)이쪽에서 감추고 있는 사실이나 은밀히 하고 있는 일을 알아채다는 뜻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냄새는 후각에 의하여 인지된다. 후각은 시각에 대한 빛이나 청각에 대한 소리와 같이 냄새를 내는 물질로부터 상당한 거리에 떨어져 있어도 이것을 감각할 수 있다.

또한 냄새감각의 세기는 냄새를 발하는 물질의 농도와 후상피 위를 흐르는 속도에도 비례한다. 후각은 자극이 계속되면 쉽게 순응하여 소실되지만, 서로 다른 종류의 자극에 대해서는 반응한다. 냄새가 있는 물질을 혼합하면 완화되지만, 완전히 상쇄되는 일은 없다. 그러나 냄새는 좋은 냄새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나쁜 냄새, 즉 악취도 있다.

출향인인 나는 예천을 떠나 살아오면서, 언제부터인지 예천 냄새를 그리워하고, 예천 냄새에 대한 애착을 가지고 있다.

내 고향에서 풍기는 예천 냄새, 아니 나 자신의 몸에서 풍기는 예천 냄새가 어떻게 타지 사람들의 후각을 통해 전달되고 있을까? 타지 사람들은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고향에 계속 살고 있는 사람은 고향 냄새를 크게 느끼지 못한다. 객지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도 현실의 만족감 때문에 혹은 고향에 대한 좋지 못한 감정 때문에 고향의 냄새를 잊고 산다고 큰소리 치는 사람도 있지만 냄새가 서로 다른 자극에 대하여 반응하고 여러 가지 냄새가 섞이면 덜 하기는 해도 그 냄새가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는 것처럼 고향 냄새(생각)를 완전히 잊기는 정말 어렵다.

사람은 누구나 고향 냄새를 좋아한다. 그 고향 냄새를 맡으면서 살아서 숨쉬고 있음을 느낀다. 그런데 출향인은 도시에서 바쁜 생활의 굴레에 시달리다 보면 그 고향의 냄새를 잊고 살 때가 많다.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기를 두려워하는 이유도 고향 냄새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향을 떠나면 고독해 진다. 고향에서 오래 함께, 곱든 밉든 여러 가지 정을 나누며 더불어 살아오다가 고향을 떠난다는 것은 혼자 떨어져 나옴을 의미하며 고향 냄새를 상대적으로 많이 맡을 수 없다.

인간으로 산다는 것의 중요한 의미의 하나는 남들과 함께 어울려 산다는 것이다. 인간에게 고독은 저주이다. 아무도 혼자 살 수 없다. 남들 사이에서 그들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 더불어 산다는 것은 서로를 배려함을 뜻한다. 황여새는 잠잘 때도 고향 쪽 가지에 앉아 잔다고 하고, 여우는 죽을 때 머리를 저 살던 굴이 있는 언덕 쪽으로 향한다고 한다. 고향에 살고 있든, 출향인으로 타향에 살고 있든 우리는 모두 예천 사람이다.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던 예천의 향기를 풍기는 사람으로 살아가기를 기대해 본다.

<전상준 교사, 고령중 교무부장, 풍양면 낙상리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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