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못 다 지킨 하늘, 이제는 제가..."
"아버지가 못 다 지킨 하늘, 이제는 제가..."
  • 예천신문
  • 승인 2006.02.08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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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직 조종사 아버지 뒤 이어 빨간 마후라 맨 박인철 중위
   
 훈련 중 불의의 사고로 순직한 전투기 조종사의 아들이 아버지의 뒤를 이어 빨간 마후라를 목에 걸었다.
 화제의 주인공은 지난 2일 예천 ‘공군 제16전투비행단’에서 열린 고등비행수료식에서 전투기 조종사가 된 박인철 중위(27·공사 52기). 박 중위의 아버지 고(故) 박명렬 소령(공사 26기)은 F-4E 팬텀을 조종하던 정예 조종사였다. 그러나 지난 84년 3월, 팀스피리트 훈련 중 불의의 사고로 순직했다.
 당시 다섯 살이었던 박 중위에게 아버지의 존재는 빛바랜 사진과 희미한 기억뿐이었다.
 “사춘기 때는 힘들게 사시는 어머니를 보면서 아버지를 원망한 적도 많았습니다. 아버지 대신 항상 어머니 곁에서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야겠다는 다짐도 많이 했고요.”
 하지만 피를 속일 수는 없었는지 고등학교에 진학할 무렵,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애증은 빨간 마후라에 대한 동경으로 바뀌었다.
 “할머니와 어머니를 생각하며 일반대학 진학을 다짐했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아버지가 못 다 지킨 하늘을 꼭 제가 지켜야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용기를 내 어머니께 말씀드렸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빨간 마후라야말로 제 운명이었나 봅니다.”
 박 중위는 결국 전투조종사의 길을 택했다. 눈물로 반대하던 할머니 임규순(74) 씨와 어머니 이준신(51) 씨도 결국 아들의 결정을 받아들이고 장도를 축복해주었다.
 박 중위는 전투비행대대에 배속돼 작전가능훈련을 시작으로 아버지가 날던 하늘을 누비는 전투조종사의 길을 걷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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