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희를 맞으며...'
'고희를 맞으며...'
  • 예천신문
  • 승인 2006.03.08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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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산 언덕바지에 깃든 어린시절의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갑니다.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산하의 잔설처럼 희비곡이 엇갈린 그 옛날. 흘러가는 세월을 붙잡지 못하고 날이 가고, 달이 흘러 덧없는 세월만 보냈습니다.
 어느덧 인생의 고려장인 고희를 맞이하매 떠나가는 인생의 막바지에 이른 듯 자꾸만 지난날의 즐거웠던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눈 감으면 떠오르는 지난날의 추억들. 일제시대 때 서툰 일본말 지껄이며 공부하고, 해방되어 뒷동산에 올라가 만세 부르던 일, 동족상잔의 6·25 발발로 피난 봇짐을 짊어지고 우왕좌왕 발길을 옮기던 모습이 새삼 떠오릅니다.
 또한 새마을노래를 부르며 초가집도 없애고 고속도로를 건설하여 전국이 일일생활권으로 바뀐 일, 보릿고개를 탈피하고 국민소득이 점차 향상되어 경제대국에 들어서 먹을 것 입을 것 걱정하지 않고 살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그 시절 일마저 까마득한 옛날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세상사를 텔레비전으로 시청하고 어린 손자, 손녀의 귀여운 재롱을 보며 지내는 동안, 애환의 기슭과 영욕의 여울목을 스쳐온 두 번째 병술년이 밝았습니다.
 이제 남은 생애가 열손가락 안에 들었다고 생각하니 인생의 허무함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되는군요. 우리 인생은 누구나 공수레 공수거로 영생불멸할 수 없고, 왔던 세상 다시올 수 없는 것이 조물주의 철칙인가 봅니다.
 엄마의 뱃속을 박차고 고고의 울음을 터트리며 태어나 오늘에 이르기까지 온갖 희로애락을 맛보며 살아온 지 70년.
 금년에 고희를 맞이하는 동년생 여러분! 언젠가 돌아갈 때까지 희망의 긍지를 갖고 꿋꿋하게 살아갑시다.

<이용락 씨·용궁면 무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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