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천을 생각하며
금천을 생각하며
  • 예천신문
  • 승인 2006.06.29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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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기회에 `물의 메시지`(지은이 에모토 마사루·옮긴이 양억관)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이 책은 세계 최초의 물 결정 사진집인데 물에게도 마음이 있다고 했다. 물에게 `사랑합니다.' 라는 말을 들려주면 물은 행복한 표정을 지어 아름다운 결정을 만들어내고 부정적인 의미가 담긴 말에는 심하게 일그러진 결정을 보여준다고 한다. 또 가슴 아픈 노래에는 슬픈 표정으로 반응했다고 한다.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끝없는 감동의 파도를 불러 일으켰고 전 세계 13개국에서 번역 출간되었다고 한다. 무심코 내뱉은 말이 그대로 이루어지는 일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말은 곧 그 사람의 인품과 인격을 드러내는 거라고, 그리고 빛나는 말 한마디가 사람을 다시 태어나게 한다고….
얼마 전 미국에 사는 소꼽친구가 용궁 작은 보뜰에 사시는 老母(노모)의 생신에 다니러왔다가 어릴 적 친구인 내가 보고 싶다며 연락을 해 왔다.
떡집에 들려 송편과 쑥떡을 조금 사 들고 용궁으로 향했다. 예천에서 별로 멀지 않은 곳인데도 특별한 볼일이 없으면 잘 가지 않고 또 가더라도 볼일만 보면 오기 바빴다. 그런데 옛 친구가 만나자고 하니 가슴이 마구 두근거렸다. 나는 어릴 적 외가에서 자랐다. 외갓집과 가까운 곳에는 큰 팽나무가 있었는데 나는 그 팽나무를 참 좋아했다. 학교를 마치면 곧장 팽나무로 달려가 놀던 일, 친구들이랑 논둑 밭둑을 다니며 쑥이랑 냉이를 캐던 일, 용두정에서 놀다가 더우면 냇물에 뛰어들었던 일이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보리이삭도 줍고, 메뚜기도 잡고, 산에서 솔방울도 모으고 그랬는데…. 어느 사이에 얼굴은 주름지고 머리카락은 하얗게 변해버린 자신들의 모습에 우리는 한참동안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렸다. 그동안의 안부와 생활로 얘기꽃을 피우다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리 냇가 한번 가볼래? 용두정에도 가 보고 팽나무에도 가보자.” 하며 일어섰다. 우리는 가까운 팽나무부터 가기로 했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이미 길은 옛길이 아니었고 그리워했던 팽나무는 황목근으로 천연기념물이 되어있었다. 모든 게 낯설었다. 흘러내리는 땀을 훔치며 마시던 그 시원하고 맛나던 물,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그고 발시리다며 깔깔거리던 추억을 생각하며 “우리 물 한 모금 마셔보자.”하고 가 보니 그 우물은 모양만 남아있었다. 왜 그 좋은 우물을 사용하지 못하게 했을까? 아쉬워하며 발길을 용두정으로 돌렸다. 용두정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함께 경악했다. 햇볕에 반짝이던 은빛 모래알, 수없이 많던 자연석과 자갈, 인도 겐지스강을 바라보며 떠올렸던 맑고 푸른 금천, 소 떼를 몰고 오던(산양으로 이어지던) 길은 어디론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초등학생 시절 소풍을 갔던 용두정의 아름다운 자태가 눈에 선했다. 그 많던 자연석은 다 빼내어 어쨌는지 그 자리에는 시멘트만 요란하게 발려있었다.
아름답던 길은 막혀있었고 용궁면민(읍부1·2리, 금남1·2리, 가야1·2리)들의 식수로 사용한다는 금천은 흰 거품과 함께 기름띠가 둘러쳐져 너무나 더럽게 오염되어 있었다.
그걸 바라보며 우리는 한참동안 슬픔에 잠겨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얼마 후 친구는 나를 보며 “너무 실망이다. 그지?” 나는 당황스럽고 무안해 무어라 대답조차 할 수가 없어 고개만 끄덕거렸다. 마치 내가 그 아름답던 환경을 온통 다 망가뜨려놓은 것처럼 부끄럽고 참담한 기분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금남리에 사는 주민을 만나 냇물이 많이 오염된 것 같다고 했더니 걱정스러운 듯이 맞다고하며 사진을 찍어 보여주고 신고까지 했지만 별 반응이 없다고 하였다.
우리 몸의 70%가 물이라고 했던가? 용주팔경(龍州八景)의 하나가 금천어화(錦川漁火)라고 하더니 이제는 다 옛말이 되고 말았다. 금천의 맑은 물이 용궁 진상미(振上米)를 만들어 냈을텐데 어떻게 이 지경이 되고 말았을까? 관계기관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지방자치라는 것이 이렇게 자연을 황폐화시키고 군민들에게 불안해하는 물을 마구 먹여도 되는지 모르겠다.
나는 지금도 중병에 시달리는 금천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또 그 더러운 물을 매일 먹어야하는 사람들의 고통은 어떠할지….
군민의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고 조상이 물려준 아름다운 자연은 제발 그냥 두었으면 좋겠다. 아니 다시 아름답게 복원시켜주었으면 좋겠다.

<이명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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